
'SNL 코리아' 캡처
'SNL 코리아'에서 학교 폭력 장면을 따라한 것을 두고 희화화의 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 시즌3' 측은 화제의 드라마 '더 글로리'를 패러디한 '더 칼로리' 콘텐츠를 공개했다.
영상에서 이수지와 주현영은 각각 문동은(송혜교)과 박연진(임지연)을 묘사했다. 주현영은 "난 다이어트 중인데 넌 XX 잘 X먹고 다니네. 고데기 열 체크 좀 해볼까?"라면서 이수지를 괴롭힐 의도로 고데기를 이용, 쥐포를 지지기 시작했다. '더 글로리'에서는 고데기를 이용해 문동은에게 심각한 화상을 입혔던 장면이다.
그러자 이수지는 "쥐포 탄다. 안 돼. 지금 먹어야 돼"라면서 괴로워하는가 하면, 이어서 과자를 빼앗아간 남학생들을 향해 울부짖기도 했다. 가해자를 연기하는 이들은 이 광경을 보며 웃음지었고 주현영은 "동은아. 그만 좀 X먹어. 살 봐, 살"이라고 조롱하며 빈정거렸다.
'더 글로리'의 흥행이 유행을 낳고 그 맥락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코미디 프로에서도 이를 녹여낸 것인데, 문제는 주제의 무거움을 다소 간과했다는 점이다. 원본인 드라마 자체도 실제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됐고, 특히 고데기 가해 장면은 지난 2006년 청주에서 발생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기에 더욱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SNL'의 패러디는 이렇게 구체적인 학폭 장면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조심스럽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자칫 학폭 희화화로 비칠 수 있다는 것. 최근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도 '더 글로리'를 따라했으나, 기원에서 문동은과 하도영이 스친 뒤 바둑을 두는 한 장면을 모방한 것에 그쳤고 게스트 정성일로부터 유재석 닮은꼴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했다.
지난해 자폐 스펙트럼을 소재로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흥행 당시에도 다양한 재생산물이 등장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우 투더 영 투더 우", "똑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우영우" 등 유행어를 따라하고 즐겼으나 장애를 비하하고 희화화하는 선 넘은 패러디에 대해서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약자를 웃음거리로 만든 이상 이는 더이상 풍자도 비판도 아닌 조롱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패러디는 공감과 주제의식을 확장하는 한 방법일 수 있고 'SNL'의 이번 영상을 두고도 일각에선 "개그는 개그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단지 웃음을 의도했다는 이유로 모든 것이 용인될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의 상처를 헤집음으로써 나오는 웃음이 과연 웃음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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